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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끊고 한 달 살아봤더니, 통장에 생긴 변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휴대폰을 꺼내 배달 앱을 켜는 것이었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날 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달 음식에 쓴 돈이 한 달에 거의 30만 원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한 달 동안 배달 음식을 완전히 끊어보기로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과 실제로 아낀 금액을 솔직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기까지도 조금 망설였다.
식비를 줄였다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직접 숫자를 손으로 적어보고 계산해보니, 평소에는 전혀 체감하지 못했던 돈이 매달 새어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적지 않게 놀랐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기록을 남겨본다.
배달음식에 얼마나 쓰고 있었는지 먼저 확인했다
막연하게 "많이 쓰는 것 같다"고 생각만 했지, 정확한 금액을 계산해본 적은 없었다. 카드 앱에서 최근 3개월 치 배달 앱 결제 내역을 모두 모아봤다. 평균을 내보니 한 달에 약 27만 원 정도를 배달 음식에 쓰고 있었다. 한 끼당 평균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정도였고, 주말에는 야식까지 시켜 먹는 날이 많아서 한 주에만 5~6번씩 배달을 이용한 셈이었다.
이 숫자를 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1년이면 300만 원이 넘는 돈이고, 이 돈이면 적금을 들거나 여행을 갈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그동안 "이 정도는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고 합리화했던 소비가 생각보다 훨씬 큰 구멍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평일 저녁에는 퇴근 후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한식이나 분식을 시켜 먹었고, 주말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치킨이나 피자 같은 메뉴를 시키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 야근하는 날 야식으로 시켜 먹은 라면이나 떡볶이까지 더하면, 한 달에 작은 주문이 십여 차례를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한 건 한 건은 1~2만 원 수준이라 큰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합산해보니 작은 지출들이 모여 거대한 금액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항목을 나눠서 정리해보니, 단순히 "배달음식이 비싸다"는 느낌적인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느 시간대, 어떤 상황에서 배달을 시키게 되는지가 눈에 보였다. 특히 평일 저녁 퇴근 직후와 주말 오후, 그리고 야근 후 늦은 밤이 가장 위험한 시간대였다. 이 패턴을 파악한 것이 이후 배달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배달을 끊기로 한 진짜 이유
단순히 돈을 아끼겠다는 마음만으로는 며칠 못 가서 다시 배달 앱을 켜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몇 가지 이유를 더 분명하게 정리했다.
첫째, 건강 문제였다. 자극적인 양념과 기름진 음식을 거의 매일 먹다 보니 속이 더부룩한 날이 많았고, 체중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둘째,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 용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매번 죄책감이 들었다. 셋째, 시간 관리 문제였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 먹고 난 뒤 치우는 시간을 합치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들이 모이니 단순히 "돈 아끼기"라는 목표보다 훨씬 동기부여가 강해졌다. 돈은 결과일 뿐, 더 건강하고 효율적인 생활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배달 음식을 시킬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무력감도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시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고, 그 생각은 곧 "나는 요리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으로 이어졌다. 작은 일이지만 이런 생각이 반복되니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씩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반대로 직접 한 끼를 차려 먹었을 때는, 비록 거창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작은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한 달 동안 실제로 어떻게 식사를 해결했는지
처음 일주일은 정말 힘들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을 찾으면서 점점 익숙해졌다.
먼저 주말에 한 번씩 장을 봐서 밑반찬과 국을 미리 만들어두는 '밀프렙' 방식을 활용했다. 일요일 오후 두세 시간을 투자해서 카레, 된장찌개, 멸치볶음, 계란말이 같은 기본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두었다. 평일에는 밥만 새로 짓고 반찬을 꺼내 먹으니 요리 시간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또한 동네 마트의 즉석조리 코너를 적극 활용했다. 배달비 없이 신선한 반찬이나 국을 1인분 단위로 구매할 수 있어서, 요리할 시간이 정말 없는 날에는 이쪽을 이용했다. 가격도 배달 음식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이었다.
야식 욕구가 올라올 때는 견과류, 과일, 그릭요거트 같은 비교적 건강한 간식을 미리 준비해두고 대신 먹었다. 처음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2주 정도 지나니 야식 자체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주차별로 보면 변화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첫째 주에는 솔직히 거의 매일 "오늘은 그냥 시킬까"라는 유혹과 싸워야 했다. 냉장고에 재료가 있어도 막상 요리를 시작하기까지의 첫걸음이 가장 힘들었다. 둘째 주부터는 일요일 밀프렙이 자리를 잡으면서 평일 저녁 준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셋째 주에는 자주 만드는 메뉴 몇 가지가 생기면서 장보기 목록도 단순해졌고, 식재료를 낭비하는 일도 줄었다. 넷째 주에는 오히려 "오늘은 뭘 해먹을까"라는 고민이 배달 앱을 켤 때보다 더 즐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자주 만들었던 메뉴를 몇 가지 적어보면, 두부 김치볶음, 계란과 채소를 넣은 간단 볶음밥, 냉동 만두를 활용한 만둣국, 시판 양념을 활용한 제육볶음 등이 있었다. 이런 메뉴들은 재료비가 한 끼에 2천 원에서 4천 원 수준으로, 배달 음식 한 끼 가격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 번 만들 때 2~3인분씩 만들어두면 다음 날 점심 도시락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한 달 후, 실제로 아낀 금액을 계산해봤다
한 달이 지난 뒤 카드 명세서를 다시 확인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기존 배달 음식 지출: 약 27만 원 이번 달 식재료 및 즉석조리 식품 구입비: 약 9만 5천 원
단순 계산으로도 약 17만 5천 원을 아낀 셈이었다. 여기에 배달 음식을 시키면서 함께 주문하던 음료수나 디저트 같은 추가 지출, 그리고 늦은 밤 충동적으로 시키던 야식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체감 절약 금액은 20만 원에 가까웠다.
1년으로 환산하면 약 200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돈을 비상금 통장에 따로 모으기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이렇게 큰 금액이 모이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동기부여가 훨씬 강해졌다.
조금 더 재미있게 환산해보면, 한 달에 아낀 20만 원은 평소 갖고 싶었던 운동화 한 켤레를 살 수 있는 돈이었고, 1년이면 노트북을 새로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같은 돈이지만 "배달비 포함 음식값"으로 흩어져 나갈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무게가, 한 곳에 모아두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런 식으로 절약한 돈에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꾸준히 실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카드사 앱에서 제공하는 카테고리별 소비 분석 기능을 활용해 매달 식비 항목의 변화를 그래프로 확인했는데, 배달 음식 카테고리가 거의 0에 가깝게 줄어들고 대신 마트 및 편의점 카테고리가 소폭 늘어난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묘한 성취감을 주었다.
돈 말고도 달라진 것들
돈을 아낀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 변화는 다른 부분에서 나타났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몸의 변화였다. 짠 음식과 기름진 음식을 줄이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붓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속이 더부룩한 느낌도 거의 없어졌고, 체중도 1~2킬로그램 정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무엇보다 잠을 자는 질이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크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늦은 밤 야식을 먹고 바로 잠들면 속이 불편해서 자주 뒤척였는데, 저녁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고 자극적인 양념을 줄이면서부터는 아침에 훨씬 가벼운 몸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쓰레기양의 변화였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이 거의 나오지 않으니 분리수거 양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세 번째는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반찬조차 부담스러웠지만, 한 달 동안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에 익었다. 이제는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볼 여유도 생겼다.
배달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완전히 배달을 끊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처음부터 0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허용"하는 식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줄여나갔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었다.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 자체가 줄어들고, 그 고민이 줄어들수록 배달 앱을 켤 확률도 함께 줄어든다.
또한 배달 앱 자체를 휴대폰에서 삭제하거나, 결제 카드를 등록 해제하는 것도 의외로 효과가 컸다. 결제 과정이 한 단계라도 늘어나면 그만큼 충동적인 주문을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나는 배달 앱 세 개를 모두 지우고, 정말 필요할 때만 다시 설치해서 사용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막상 다시 설치하려고 하면 그 잠깐의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먹자"고 마음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 냉장고와 찬장을 한 번 정리하면서 어떤 재료들이 항상 부족했는지도 점검했다. 자주 사용하는 기본 재료, 예를 들어 계란, 대파, 김치, 즉석밥, 냉동 채소 같은 것들을 항상 채워두는 것만으로도 "재료가 없어서 시켜 먹어야겠다"는 핑계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런 기본 재료들은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활용도가 높아서, 갑작스럽게 시간이 없는 날에도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절약한 금액을 눈에 보이게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매주 절약한 금액을 메모 앱에 적어두었는데, 숫자가 쌓여가는 걸 보는 것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자주 떠올렸던 궁금증들
배달을 줄이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질문들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요리를 거의 안 해본 사람도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복잡한 요리에 도전하기보다는,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만으로 조리할 수 있는 메뉴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냉동 볶음밥, 냉동 만두, 간단한 국 종류는 요리 경험이 거의 없어도 큰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다.
바쁜 직장인도 밀프렙이 가능할까? 일요일 두세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평일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자주 만드는 메뉴가 정해지면 손에 익어서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또한 모든 요일을 직접 요리할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절반 정도만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즉석조리식품이나 간단한 메뉴로 채워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
한 번 시켜 먹는 건 괜찮을까? 물론이다. 완벽주의를 가지면 오히려 중간에 포기하기 쉽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외식이나 배달을 즐기는 날로 정해두고, 그 외의 날들에 집중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 가능했다.
식비가 오히려 더 늘어나지 않을까?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샀다가 남겨서 버리는 경우가 많아지면 오히려 식비가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 단위로 필요한 재료의 양을 미리 계산하고, 여러 요리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재료를 위주로 장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마무리하며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단순히 절약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식습관이 바뀌었고, 생활 패턴이 정돈되었고, 무엇보다 작은 습관 하나가 한 달에 20만 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배달 음식이 꼭 필요한 선택일 수도 있다. 다만 한 번이라도 자신의 배달 지출을 정확히 계산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숫자라도 한 달, 1년 단위로 모아보면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한 끼의 편리함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돈으로 만들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맞다는 정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비를 스스로 인식하고 선택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은 피곤한 날 배달 앱을 켜고 싶은 유혹이 찾아온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이제는 그 유혹 앞에서 "지금 시키면 이번 달 절약 금액이 얼마나 줄어들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냉장고를 열어보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재료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은, 거창한 결심이나 특별한 의지력보다는 '내 소비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변화의 가장 큰 시작이라는 것이다. 막연한 죄책감이나 다짐만으로는 습관이 바뀌지 않지만, 숫자로 확인한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동기가 되어주었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번 한 달만이라도 자신의 배달 지출을 직접 계산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작은 변화가 모여 만들어내는 결과는, 분명 숫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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